“세탁기에 넣고 돌린 행위도, ‘내가 죽여줄게’라며 목을 졸라서 실신하고 실핏줄이 다 터져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도, 단지 부모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인미수’가 아니라 단순한 정서적 학대나 가벼운 신체적 학대로 기소하고 있어 화가 납니다. 아동에 대한 법 적용도, 양형도 이제는 많이 달라져야 합니다.”(이명숙 변호사)
‘아동학대’ 현장에서 20여 년 동안 활동해 온 전문가 세 사람이 아동학대의 실태와 더불어 관련 법과 제도의 변화를 촉구하는 책 ‘우리 모두 아이였습니다’(미디어트리거)를 내놨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이자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인 이명숙 변호사와 연세대 의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지낸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 중앙아동보호기관 장화정 기관장 세 사람은 지난 20여 년간 현장에서 경험한 ‘아동학대’의 실태를 책을 통해 생생하게 증언했다.
이들은 “안 때리고 키울 순 없나요?”라는 엄마들의 질문에 대한 답부터 ‘도가니’ ‘나영이’ ‘울산·칠곡’ 사건까지 가슴 아파 보고 싶지 않은 아동학대 사건의 뒷얘기까지 담담하게 풀어냈다. 각 분야의 전문가이자 엄마이기도 한 공동 저자들은 “강력범죄자의 절반 이상이 아동학대 피해자였다. 아동학대를 방치하면 우리 사회는 공포와 두려움에 좀먹는 사회가 된다”며 “침묵하는 당신이 어쩌면 아동학대의 공범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유교 문화가 ‘맞고 커야 효자 된다’ ‘사랑의 매’ 등의 말로 체벌을 미화한다고 꼬집었다. “인간은 사랑으로 설득하고 모범을 보이며 양육해야 한다”며 “조금 불편한 이야기일지라도 폭력에 관대한 문화를 바꾸어야 우리 사회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을 맞은 지난 10월 말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겸해 ‘아동학대 없는 세상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나영이’ 아버지와 ‘지군’ 아버지, 울산·칠곡 사건의 관계자들이 함께 해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사회적 인식과 제도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이 책의 판매수익금 일부는 ㈔한국여성변호사회와 중앙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아동학대방지기금(아동학대 피해자 구호와 법률적 보호를 위한 기금)으로 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