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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1] "성희롱 고발하면 동료들 도와줄까"…묵인·방조에 두번 우는 피해자(2020.8.15)
나우리
2021-01-18      조회 1,398   댓글 0  

"성희롱 고발하면 동료들 도와줄까"…묵인·방조에 두번 우는 피해자

© News1 DB

직장 내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직장 동료들의 '묵인·방조' 또한 잘못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직비서 측이 성추행을 당하는 과정에 서울시청 관계자들의 묵인·방조가 있었다고 폭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발생 시, 직장 동료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피해자에게 큰 영향을 주며 때로는 성범죄 예방으로도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다만 흔히 말하는 묵인·방조는 형법적 개념과는 달라 형사 처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아는 '묵인·방조', 형사 처벌 어려워

#1. 상사가 나에게 성희롱 발언을 일삼고 내 이야기를 이상하게 하고 다녀 나에 대한 소문이 난 것을 알게 됐다. 회사에 고충 신고를 했는데 회사에서는 행위자와 그냥 화해하라는 말만 했다.

#2. 상사의 성희롱을 회사에 신고했다. 하지만 빠르게 처리되지 않아 상당 기간 가해자와 함께 일해야 했고, 내가 신고했다는 것을 알게 된 상사는 나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있다.

#3. 상사가 신체를 지속해서 만진다. 접촉이 과도해 보시던 다른 분이 그만두라고 나서주셨지만 웃고 장난으로 넘겼다. 이 상황을 지켜본 동료들은 많지만 내가 성희롱을 주장했을 때 동료들이 내 편을 들어줄 것 같진 않다.

서울여성노동자회와 직장갑질119의 상담 사례다. 하지만 여성 문제 전문가들은 위 사례들의 직장동료들이 묵인·방조죄로 형사처벌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방조범(종범)으로 인정되려면 자신의 행위로 성희롱·성추행 가해자(정범)의 행동이 용이해질 것이라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담당자가 사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성범죄 방조보다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방조는 단순히 아는 정도가 아니라 범행하기 더 쉽게 만들어야 해당한다"라며 "예를 들어 범행하려고 하는데 눈치채고 자리를 비켜주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단둘이 있게 하는 경우"라고 예를 들었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역시 "안 것만으로는 방조로 형사책임을 지기는 어렵고 보다 적극적으로 가담해야 한다"며 "또 방조를 입증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상사의 성희롱 및 성추행을 방조·묵인한 것이 회사 징계 사유가 된다는 판례는 있다. 2000년 A씨는 부하직원을 성추행·성희롱한 상사를 방조·묵인했다가 회사로부터 해고당했다.

회식에서 상사 B씨가 부하직원 C씨의 옷 안에 손을 넣어 신체를 만지고 C씨를 강제로 방에 밀어 넣었다. 하지만 A씨는 C씨에게 "B씨가 C씨를 뽑았으니 말을 잘 들어라" "B씨가 화가 났으니 술을 따르라"고 말했다.

또 A씨는 이 회식 자리가 문제가 돼 조사를 받게 되자 당시 B씨의 언행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며 허위 진술서를 작성했다. 법원은 '해고' 처분은 지나치다면서도 B씨의 행위가 회사의 인사규정과 남녀고용평등법를 위반해 '징계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는 성희롱·성추행이 일어나는 바로 그 현장에서 상당히 직접적으로 돕고 있었으며 이마저도 형법상 방조범으로 처벌받은 것은 아니다.

묵인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 사례도 거의 없다. 변호사 A씨는 "사람들이 말하는 묵인·방조는 형법상 개념과 상당히 다르다"며 "묵인이 죄가 된 사례는 방조범에게 상당한 의무와 미필적 고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특정한 성희롱·성추행 가해자 한 명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들은 힘들어서 침묵하는 상황"이라며 "공범에 대한 고소는 있지만 묵인·방조를 문제 삼은 사례는 거의 없다"고 했다.

◇피해자에게 '고립감'…"'가해자 처벌한다' 인식 줘야"

직장 내 성범죄 예방과 사건 처리에 동료들의 도움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직 성범죄에 대한 묵인·방조가 만연하긴 하지만 이것이 도의적 잘못이라는 공감대가 차츰 형성되고 있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 설문조사(근로자 450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22%(100명)가 '주변 동료들에게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공감이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의심을 받거나 참으라는 경우'를 직접 겪거나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동료들의 묵인·방조는 '권력형 성 비리에 대해 고발하면 안 되는구나' '동료들이 아무도 손 내밀어 주지 않는구나'하는 '고립감'을 피해자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 B씨는 "우리 사회에는 '남의 싸움에는 절대 끼지 않는 것'을 '미덕'처럼 여기는 정서가 있기 때문에 직장 내 성범죄를 보고도 모른 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이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의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대응 5계명'에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라'는 항목이 있다. 직장갑질119는 "성희롱은 성차별적인 조직 문화와 권력 관계에 기인한다"며 "피해자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직장 내에서 지지해줄 동료나 노동조합, 고충처리기구를 찾아보라"며 "피해자가 여럿일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또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찾아보고 있다면 함께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오 변호사는 "동료들이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 자체가 도덕적·문화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가해자를 회사가 정확히 징계하고 있으며 도운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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