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56)에겐 `여성과 아동 인권 보호의 선구자`라는 수식이 따라다닌다. 1990년 변호사 개업 이래 인권 사각지대에 있던 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무료 법률 지원을 하고 있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엔 아동과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며 "성폭력 특별법, 가정폭력 방지법, 학교폭력 방지법 등이 만들어진 것도 근래 일"이라고 말했다. 옆집에서 아이 비명이 들리고 길에서 남편이 아내를 구타해도 그런 것은 상관해선 안 될 `남의 집 일`인 때가 있었다. 그런 시절을 헤쳐 왔기에 그가 나선 사건 대부분은 법조계에 주요한 족적을 남기게 됐다.
이 대표는 2004년 처음으로 `아내 강제추행 치상`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남편이라도 아내의 성(性)을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해준 것. 영화로도 만들어진 `도가니` 사건 땐 공동 변호인단을 만들었다. 그는 "장애를 가진 피해자의 법정 진술은 일부 정황에 대해 정확성이 떨어져도 피해 사실에 대해 진술이 일관되면 인정하게 된 계기"라며 "그 후 아동이 피해자인 성범죄 사건에서도 이런 원칙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2008년 말 `조두순 사건` 때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공동 변호인단을 꾸렸다. 당시 사건 영향으로 아동 대상 성폭력에서 음주 감형이 없어졌고 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술을 마셨을 때는 감형하지 않게 형법까지 바뀌었다. 그는 "피해 어린이의 상처가 너무 컸기에 제가 단독으로 만나며 사건을 진행했다"며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는데 다행히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상태"라며 안부를 전했다. 2013년 의붓어머니에 의한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땐 350여 명이라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아동학대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데 기여했다. 가해자는 소풍을 보내 달라는 딸을 구타해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린 뒤 사망에 이르게 해 많은 사람을 가슴 아프게 했다. 그는 "이때 부모가 아이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해 처음으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됐다"며 "그전까진 과실치사 또는 상해치사 정도에 그칠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풀리지 않는 실타래도 있다. 국내법에서 폭력 피해자인 아내가 남편을 살해했을 때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여름 대법원은 40여 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아내에게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4년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그는 "이런 판결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내는 반항하지 말고 맞아 죽거나 요령껏 피하라는 말밖에 안 된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 대표는 우리 재판부에 대한 직설적 비판을 이어갔다.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 피의자에 대한 형량이 기본적으로 너무 낮다는 것. 그는 "같은 사건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일어나면 형량이 훨씬 높아진다"며 "판사가 성장한 환경이나 성향에 따라 너무 관대한 판결이 나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에게 체벌을 당했거나 자식에게 체벌을 가하는 판사들은 (아동폭력에 대해) 관대하고, 그렇지 않은 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