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미성년 성범죄 ③] 청소년 성범죄도 무섭다…10년간 3배이상 폭증
-청소년의 성범죄도 급증…같은 청소년, 성인 대상 무차별 -가정 환경 악화, 유해환경 노출 심해진 게 원인…대책 시급
# 지난해 12월 25일 저녁 9시 대전의 한 골목. 학교를 중퇴한 A(18) 군은 성욕을 참지 못하고 강간할 대상을 찾아 거리를 배회했다. 한 손엔 칼까지 들고 있었다. 마침 귀가하던 대학생 여성(21)을 만나자 뒤를 밟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골목에 이르자 달려들어 칼로 위협하며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갔다. 대전지법은 지난달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여대생을 강간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로 A 군에게 징역 3년형에 단기 2년6개월을 선고했다.
# 수원에서 음식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고 지내던 B(18), C(16), D(18) 군은 최근 여자를 윤간하기로 모의하는 속칭 ‘설계’를 한 후 대상을 찾는다. C 군은 평소 알고 지내던 여중생(14)을 불러 B, D 군에게 소개하고, 자취방으로 데리고 가 함께 게임을 하며 술을 먹인 후 계획한 대로 범행을 감행했다. 수원지법은 이들에게 징역 3년형에 단기 2년6월을 선고했다.(일부는 집행유예) | 미성년자들이 지적 장애인을 모텔에 감금하면서 심각한 성추행을 벌려 중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 |
청소년이 주인공인 성범죄는 피해자로서 뿐 아니라, 가해자로서도 급증세다. 청소년이 다른 청소년이나 심지어 성인을 성폭행하는 경우가 최근 10년 사이 급증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성범죄는 2005년 714건에서 2014년 2564건으로 세배이상 늘었다. 같은 시기 청소년 흉악(살인, 강도, 성폭력, 방화 등) 범죄가 1460건에서 3158건으로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폭이 훨씬 더 크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매체를 이용해 도촬(은밀한 부위나 성교장면 도둑 촬영), 성매매 알선 등 성범죄 유형도 다양해진다.
대전고법은 최근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14세 여중생을 이용해 15차례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한 고등학생 E(18) 군을 카메라이용촬영, 아동청소년성보호법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단기2년을 선고했다. E 군은 피해 여학생과 성행위를 하는 동영상을 찍은 후 이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성매매를 시키고 돈을 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E 군은 이렇게 생긴 돈을 유흥업소에서 탕진하는 등 웬만한 성인 뺨치는 탈선 행각을 벌였다.
미성년의 성폭행 증가로 청소년이라도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형을 선고하는 판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도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여고생 F(18) 양에 대해 징역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을 선고했다. 이는 18세 미만인 소년범에게 적용되는 법정 최고형이다.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G(18) 양과 H(19) 양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장기 7년에 단기 5년, 장기 12년에 단기 7년을 선고했다.이들은 지적 장애인 여성(20)을 불러 모텔로 들어가게 해 술을 먹인 후 38시간 동안 감금하면서 온갖 종류의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10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원제 교제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면서, 끓인 물을 신체 주요 부위에 붓고, 자위행위를 하도록 시킨 뒤 핸드폰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의 성폭행 범죄를 엄벌만으로 줄이기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범죄가 늘어나는 구조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성년자의 성폭행 범죄는 이혼 증가 등으로 전통적인 의미의 가정이 파괴되면서 반항심리 등으로 일탈 가능성이 커졌고, 스마트폰 등 유해환경 노출 정도가 높아진 반면 건전한 놀이문화가 부족한 점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명숙 변호사(법무법인 나우리)는 “청소년 성범죄 증가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유해한 환경의 영향이 크다”며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가정과 사회가 함께 노력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욕구를 조절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등 다양한 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