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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기고-이명숙] 아동학대 신고 활성화하려면(2016.5.16)
admin
2018-02-26      조회 6,132   댓글 0  

[기고-이명숙] 아동학대 신고 활성화하려면

신고의무자 확대·과태료 부과로는 역부족… 신고에 대한 인식과 복잡한 절차 개선해야


  • [기고-이명숙] 아동학대 신고 활성화하려면 기사의 사진
    어느 교사가 서점에 들어가 ‘아동학대 신고’라는 제목의 책을 사겠다고 했다. 그러자 주인은 책과 함께 주섬주섬 특별부록들을 챙겨 담기 시작했다. 특별부록에는 왜 일을 벌여 시끄럽게 만드느냐는 동료교사와 학교의 눈총, 반복되는 조사와 재판에 따른 번거로움, 그로 인한 업무 지장, 신고당한 부모의 항의와 보복 위협, 극단적인 경우 해당 학생의 가정 파탄과 전학, 스승으로서의 자책, 남은 학생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 책임 등이 들어 있었다.

    최근 끔찍한 아동학대로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신고를 통한 초기 발견과 적극적인 조치의 부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아동학대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신고의무자를 24개 직군으로 정하고 신고의무 위반 시 과태료도 500만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168만명에 이르는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은 29.3%로 미국의 58.3%, 호주의 73.3%, 일본의 68%에 비해 낮기만 하다. 이에 정부는 신고의무 위반의 경우 예외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고, 대상 직군을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안을 발표했다. 과연 이 대안만으로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이 높아질 수 있을까?

    신고율을 높이려면 신고하지 않는 이유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아무리 신고의무자 수를 늘리고 과태료라는 채찍을 마련해도 위에서 말한 ‘특별부록’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한 신고율이 높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신고의무자가 신고하지 않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신고로 인한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제정해 공익신고자의 신분을 철저히 보장하고 신고에 따른 포상 규정을 두는 한편,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할 경우 형사처벌도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 1월부터 노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법률도 공익신고 대상에 포함된지라 아동학대처럼 우리 이웃을 보호하기 위한 신고자도 이 법에 따른 보호와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직접 당사자인 가해자로부터의 협박이나 보복 위협, 용기를 내 공익신고를 하더라도 유야무야 처리되는 것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법제도적 접근이나 보완책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이뿐 아니라 공익신고 활성화를 위해서는 서점의 비유를 든 것처럼 신고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해야 하고, 자발적으로 신고하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고에 따른 번거로운 절차나 인식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최근 제주에 있는 한 병원 의료진이 뇌출혈로 병원에 온 생후 5개월 아기의 뇌에서 외부 충격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여러 차례의 뇌출혈 흔적을 발견하고 수사기관에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한 일이 있었다. 담당 의사 혼자가 아니라 병원 의료진이 함께 상의한 후 병원 차원에서 신고를 했다. 당연히 담당 의사가 소속기관으로부터 불이익을 받는 따위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의심 사례를 발견하고 신고한 병원이나 의사가 명예로워지고 우리 사회로부터 칭찬과 격려를 받을 때, 신고에 따른 후속조치들이 번거롭지 않게 신속히 이루어지고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보장될 때 신고의무자의 신고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아동학대를 신고하는 것은 신고하는 나와 소속기관에도 도움이 되고, 학대받는 아동 보호와 안전한 사회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우리 이웃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 행동하는 양심이 우리 사회에 늘어날 때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은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신고율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노력이 총체적으로 필요하다.

    이명숙 (아동정책조정위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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