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결혼 생활을 끝내기로 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없고 나눌 재산도 많지 않아 조정은 순조롭게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서명만 남은 자리에서 아내가 예전에 함께 찍은 영상이 정말 다 지워졌는지 물었습니다.
연애와 신혼 무렵 휴대전화로 남긴 친밀한 영상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조정 기일을 다시 잡고, 그사이 각자의 기기와 계정을 살펴 파일을 지웠습니다. 영상이 남아 있거나 퍼질 경우 손해배상과 형사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까지 조정 내용에 적은 뒤에야 서명했습니다.
함께 찍기로 동의했더라도 그 동의는 영상을 퍼뜨려도 된다는 허락이 아닙니다. 상대의 뜻을 거슬러 영상을 남에게 보내거나 퍼뜨리면 형사처벌을 받습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항). 퍼뜨리겠다고 겁을 주기만 해도 처벌받습니다(같은 법 제14조의3).
휴대전화 영상은 클라우드나 다른 기기로 소리 없이 옮겨져, 당사자도 어디까지 남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혼 조정에서는 재산이나 양육만큼 디지털 기록 정리도 서명 전에 꼭 짚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영원한 사랑을 약속합니다. 한계를 넘어 오래 남고 싶은 마음이 우리 안 깊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손가락 하나로 가장 은밀한 순간까지 남길 수 있게 되었지만, 감정이 변한다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상담실에서는 사랑이 끝난 뒤 남은 기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기록이라면 남기기 전에 깊이 망설이는 편이 낫습니다. 사랑은 파일이 아니라 기억 속에 머물 때 서로를 지켜 줍니다. 이별의 순간 두 사람을 지켜 준 것도 마지막까지 놓지 않은 예의와 신중함이었습니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의 시간을 무엇으로 남기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은 대표변호사 이명숙의 견해로, 2026. 11. 기준 법령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 사연은 이명숙 변호사(이혼 전문 37년)와 이서원 교수(가족상담 35년)의 공저 『오늘도 가정법원에서 인생을 배웁니다』에 실린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관련 FAQ: 조정이혼은 소송이혼보다 무엇이 좋은가요?
조정이혼은 두 사람이 법원에서 조건을 합의해 정하는 방식이라, 판결을 기다리는 것보다 대체로 빨리 끝납니다. 조정이 성립하면 그 내용을 적은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https://naurylaw.com/bbs/board.php?bo_table=faq&wr_id=48
관련 FAQ: 협의이혼 절차와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부부가 함께 가정법원에 협의이혼 의사확인을 신청하고 이혼 안내를 받습니다. 숙려기간(양육할 자녀가 있으면 3개월, 없으면 1개월)이 지난 뒤 법원의 확인을 받으면, 3개월 안에 이혼신고를 해야 합니다.
https://naurylaw.com/bbs/board.php?bo_table=faq&wr_id=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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